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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 코딩·접근성25

턱으로 조작한 전동휠체어, 혼자 강의실에 간 기록 양손을 쓸 수 없던 나는 예전에는 누군가가 밀어줘야 하는 수동휠체어만 타고 다녔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지날 때마다 보호자가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였고, 그 장면은 전동휠체어에 도전하게 된 이유가 됐다. 병원 처방도 나오지 않았고 가격도 비쌌지만, 학교 지원사업으로 전동휠체어를 지원받았다. 턱으로 조작하는 스틱을 달고 연습한 끝에 혼자 강의실에 가고 동아리 활동도 더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 내 기록이다.처음부터 능숙하게 움직인 것은 아니다. 전동휠체어를 지원받았다는 사실과 혼자 이동할 수 있게 된 결과 사이에는 연습과 실패가 있었다. 여기저기 부딪혔고, 팔과 다리를 다치기도 했다. 포기하고 싶은 날도 있었지만 계속했다. 그래서 이 글은 장비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동 동선을 내 손으로 다시 만드는 .. 2026. 9. 3.
교재 20권을 OCR PDF로 바꿔 사회복지사 1급 합격한 과정 손으로 책장을 넘길 수 없던 나는 사회복지사 1급 시험을 준비하면서 교재 20권을 앞에 두고 다른 방식부터 찾아야 했다. 책장을 넘길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했지만, 그것이 공부를 멈추는 이유가 되지는 않았다. 스캔 앱을 알게 된 뒤 5,000페이지가 넘는 교재를 OCR한 PDF로 만들었고, 소리 내 읽고 머리로 정리하며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하루 4시간씩 이어간 끝에 사회복지사 1급에 한 번에 합격했다.이 글은 특별한 비법을 소개하려는 글이 아니다. 원문에 적은 대로, 내게 필요한 것은 20권의 교재를 손으로 넘기는 일이 아니라 내용을 읽고 정리하고 공부할 수 있는 흐름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 흐름을 다시 만들기까지의 순서를 기록한다.교재 20권 앞에서 가장 먼저 바꾼 것은 무엇이었나?나는 책장을 넘기.. 2026. 9. 2.
제주 수학여행, 전례 없다는 말 뒤에서 찾은 길 고2 수학여행 행선지가 제주도로 정해졌을 때, 나는 갈 수 없는 쪽으로 먼저 분류됐다. 학교에서는 지금까지 장애 학생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간 적이 없다고 말했고, 수학여행 기간에는 학교에서 수업을 받으라는 답을 들었다. 이동이 불편하면 다른 학우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말도 함께였다. 이 글은 그때 포기 대신 이동 방법을 찾아 결국 학우들과 제주도에 함께 간 과정을 다시 정리한 기록이다.처음부터 여행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학교가 말한 방식 안에서는 내가 갈 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질문을 바꿨다. ‘갈 수 있나’가 아니라 ‘어떤 이동 수단이면 갈 수 있나’로. 그 한 문장을 바꾸자, 막연하게 들리던 문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문제로 나눌 수 있었다.수학여행에 못 간다는 말은 무엇.. 2026. 9. 2.
첫 맥 미니에서 입술 조작 원격제어를 찾은 이유 2026년 4월 16일, 맥 미니가 도착한 다음날 나는 처음으로 맥 환경을 마주했다. 평생 윈도우만 썼고, 맥은 처음이었다. 내게 가장 먼저 걸린 문제는 원격제어 앱이었다. 입술 터치로 컴퓨터를 다루는 내게 원격제어는 선택지가 아니라 필수다. 윈도우에서는 Apollo를 썼지만 윈도우 전용이라 맥을 호스트로 쓸 수 없었다. 그래서 Splashtop, Jump Desktop, AnyDesk, RustDesk, Astropad Workbench, 맥 기본 화면 공유(VNC)까지 후보로 찾았다.처음 맥에서 가장 먼저 찾은 것은 왜 원격제어 앱이었나?입술 터치로 컴퓨터를 다루는 내게 원격제어는 편의 기능이 아니라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필수 조건이었다.새 컴퓨터를 받으면 성능이나 디자인부터 이야기하기 쉽다. 그러나.. 2026. 9. 1.
4개월 준비로 국민연금공단 면접까지 간 나의 기록 2024년 국민연금공단 6급갑 장애인 채용에 지원했을 때의 기록이다. 나는 공부를 안 했는데도 필기까지 붙었고, 준비 기간 4개월 만에 면접장에 갔다. 면접 마지막 공통 질문에서 다른 지원자는 2년, 3년, 4년을 말했고 나는 4개월이라고 답했다. 결과는 탈락이었다. 그래도 4개월 만에 면접까지 간 일은 내 기록으로 남았다. 원문은 조회 5,893회와 좋아요 33개를 기록했다.4개월 준비와 다른 지원자의 기간은 어떻게 달랐나?다른 지원자는 2년부터 4년을 말했고, 나는 4개월이라고 답한 대조가 면접장에서 선명해졌다.지원자답한 준비 기간다른 지원자 13년다른 지원자 24년다른 지원자 32년나4개월표는 원문에 등장한 답만 옮긴 것이다. 3년, 4년, 2년이라는 답 뒤에 내 차례가 왔고, 나는 4개월이라고 말.. 2026. 8. 31.
손목 없는 손으로 아버지가 맞춰준 작업 환경 제가 코딩하는 데 쓰는 모니터도, 스마트폰 거치대도 제가 설치한 게 아닙니다. 병원침대 옆에서 입술로 조작할 수 있는 각도와 높이와 거리를 아버지가 전부 맞춰주셨습니다. 아버지는 2005년 산재 사고로 왼쪽 손목이 절단되셨습니다. 그 손으로 만들어주신 환경 이야기를 적습니다.먼저 제 작업 환경이 어떤지저는 중증 뇌병변 장애가 있어 손을 쓸 수 없습니다. 침대에 누운 채로 스마트폰 화면을 입술로 터치해 컴퓨터를 원격 조작합니다.그래서 제 작업 환경은 책상이 아닙니다. 병원침대 옆입니다. 앉을 수 없으니 누운 자세에서 모든 게 닿아야 합니다.이 조건이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시중에 파는 거치대는 대부분 앉아 있는 사람을 전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책상 위, 눈높이, 팔이 닿는 거리. 저한테는 그 세 가지가 .. 2026.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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