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물을 찾고 세관을 통과해 간사이 공항 메인 로비로 빠져나온 시각은 16시 10분이었습니다. 휠체어에 앉아있는 기획자인 제 머릿속에는 다음 미션 두 가지가 선명하게 맴돌고 있었습니다. 바로 '엔화 현금 인출'과 '이코카(ICOCA) 카드 구매'였습니다. 일본이 아무리 카드 결제가 보편화되었다고 해도, 소규모 식당이나 오래된 자판기, 그리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일정 금액의 현금은 필수적으로 소지해야 합니다. 저와 부모님의 2박 3일 여행을 책임질 총무로서 가장 먼저 ATM을 찾아 나섰습니다.
1. 세븐뱅크(Seven Bank) ATM을 찾아야 하는 이유
공항 안에는 다양한 회사의 ATM이 있지만, 한국 여행객에게 가장 친숙하고 수수료 측면에서 유리한 기기는 단연 '세븐뱅크(Seven Bank) ATM'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미리 수수료 혜택이 좋은 트래블 카드를 준비해 왔기 때문에, 카드를 읽히는 즉시 일본 엔화로 현금을 뱉어내는 이 세븐뱅크 기기를 찾아야만 했습니다. 게다가 이 기기는 완벽한 한국어 메뉴를 지원해서 마치 한국 편의점에서 돈을 뽑는 것과 똑같은 감각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세븐뱅크 ATM의 위치였습니다. 아버지가 휠체어를 돌려 1층 로비를 이리저리 둘러봐도 눈에 잘 띄지 않았습니다. 16시 20분경, 1층 중앙에 위치한 '인포메이션(종합 안내소)' 직원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직원은 지도를 가리키며 1층에는 기기가 1대밖에 없어 대기줄이 길 수 있다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중앙 로비로 올라가면 여러 대가 넉넉하게 설치되어 있다고 친절히 안내해주었습니다. 동선상 2층으로 올라가서 인출을 하고, 다시 전철 창구 쪽으로 이동해 교통카드를 사는 것이 완벽한 루트였습니다.
2. 휠체어로 간사이 공항 2층 이동하기
언제나 제가 가는 길을 가장 듬직하게 받쳐주시는 아버지가 뒤에서 제 휠체어를 단단하게 밀어주시고, 어머니가 캐리어를 가볍게 끌며 우리는 1층에 있는 대형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놀라운 점은 간사이 공항의 모든 핵심 동선(출국장, 환전소, 안내소 등)이 휠체어의 궤적을 꼬이지 않게 완벽하게 이어준다는 것입니다. 무거운 짐을 들거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헤맬 필요 없이 부드러운 엘리베이터 탑승 한 번으로 금세 2층 로비에 도착했습니다.
2층에 내리니 1층보다 한결 여유로운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직원의 말대로 중앙 벽면 한쪽에 선명한 빨간색과 초록색이 섞인 'Seven Bank' 로고가 박힌 기기 여러 대가 나란히 놓여 있었습니다. 대기하는 사람도 없어 기다림 없이 곧바로 아버지가 기계 앞으로 제 휠체어를 밀고 접근했습니다.
3. 휠체어 높이에 최적화된 기계, 첫 인출 6,000엔 대성공
아버지가 세븐뱅크 ATM 기계 앞에 휠체어를 바짝 붙이고 브레이크를 걸어주셨습니다. 한국의 몇몇 은행 ATM은 휠체어를 탄 채로 화면을 보기엔 너무 높거나 아래쪽 공간이 좁아 발판이 걸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간사이 공항의 기기는 터치 화면의 각도가 부드럽게 기울어져 있고, 현금이 나오는 출구 조작 버튼이 앉은키에 딱 맞는 눈높이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무리하게 허리를 펴거나 일어서지 않고도, 제가 눈으로 화면을 보고 아버지께 지시사항을 알려드리면 아버지가 대신 정확하게 버튼을 눌러주실 수 있는 완벽한 구조였습니다.
💡 기획자의 세븐뱅크 엔화 인출 가이드 (한국어 완벽 지원)
- 언어 선택: 기기에 트래블 카드를 넣기 전이나 넣은 직후 화면에서 '한국어'를 터치합니다. 갑자기 마음이 아주 편안해집니다.
- 출금 메뉴 선택: 화면의 '출금' 버튼을 누릅니다.
- 계좌 유형 선택: 보통 트래블 카드나 해외 특화 체크카드는 '당좌 예금(Checking)' 또는 '보통 예금(Savings)'을 선택하면 됩니다. (신용카드는 Credit 선택)
- 비밀번호 입력: 한국에서 쓰던 카드 비밀번호 4자리를 입력합니다. (만약 6자리를 요구하면 뒤에 00을 붙이세요.)
- 엔화 금액 입력: 저는 미리 생각해둔 6,000엔을 화면에 입력했습니다.
잠시 후, "징징" 거리는 기계음과 함께 빳빳한 일본 엔화 6,000엔이 명세표와 함께 깔끔하게 튀어나왔습니다. 여행 총무로서 지시를 내리고 아버지가 무사히 엔화를 보조가방에 꽂아 넣으시니 드디어 2박 3일 휠체어 가이드로서의 든든한 무기가 장착된 기분이었습니다.
4. 왜 한 번에 큰돈을 인출하지 않았을까?
부모님은 제게 "어차피 뽑을 거 수수료도 들 텐데, 한 번에 2~3만 엔씩 넉넉히 뽑지 왜 6천 엔만 뽑니?"라고 물으셨습니다. 여기에는 기획자로서의 치밀한(?) 계산이 숨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트래블 가입 카드는 일본 세븐뱅크 ATM에서 인출할 경우 'ATM 이용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합니다. 횟수 제한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거액의 현금을 뭉텅이로 들고 다녀야 하는 분실의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전혀 없었습니다. 또한 2025년 현재 일본은 편의점부터 식당, 백화점, 심지어 제가 도톤보리에서 먹을 타코야키 가게의 키오스크까지 카드 결제가 완벽하게 구축되어 있습니다.
여행 기간 동안 현금이 필요한 순간은 동전으로 지불해야 하는 자판기나 현금만 고집하는 아주 작은 로컬 맛집 정도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반에는 6,000엔 정도의 소액만 뽑아두고, 나중에 현금이 다 떨어지면 숙소 앞 수많은 세븐일레븐 편의점 내부에 있는 ATM에서 밤이든 낮이든 언제든지 똑같이 무료로 다시 돈을 뽑으면 되는 구조였습니다.
실제로 2박 3일의 여행이 끝날 때까지 저는 공항에서의 첫 6,000엔을 포함해 딱 세 번에 걸쳐 총 12,000엔만 현금으로 인출했고, 나머지 4만 엔이 넘는 경비는 모두 수수료 없이 카드로 결제했습니다. 지갑은 가볍게, 결제는 빠르고 스마트하게 유지했던 것이 여행의 피로도를 낮추는 또 하나의 비결이 되었습니다.
마무리하며
1층에서 헤매지 않고 신속하게 엘리베이터를 타 2층 ATM에서 무사히 첫 현금을 손에 쥐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0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휠체어를 탄 제 눈높이에서도 화면이 아주 잘 보여 아빠에게 완벽하게 지시를 내릴 수 있었던 세븐뱅크 기기 덕분에 부모님 앞에서도 듬직한 가이드 아들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빳빳한 6,000엔을 가방에 챙겨 넣으시고, 무거운 캐리어를 끄는 어머니와 휠체어를 밀어주시는 아버지를 향해 힘차게 속삭였습니다.
"자, 실탄 충전 완료됐습니다! 이제 가장 험난한 오사카의 심장부, 전철을 뚫고 난바 숙소로 가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