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287미터 높이를 자랑하는 아베노 하루카스의 60층 통유리 온실에서 무지막지한 강렬한 자외선과 쏟아지는 태양광 화살을 그야말로 온몸으로 흠뻑 맞아가며 땀을 쭉 빼고 나자, 그 흥분과 황홀경 뒤로 서서히 위장 깊숙한 곳에서부터 맹렬하게 꼬르륵거리는 배꼽시계가 사정없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오전 내내 거대한 캐리어들을 호위하며 무거운 식은땀을 흘리셨던 부모님의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서라도 신속한 점심 식사가 절실했습니다. 오후 12시 26분, 저희 가족은 거추장스러운 수동 휠체어와 짐 카트 수준의 캐리어 뭉치들을 이끌고 에스컬레이터를 감히 이용할 엄두를 내지 못한 채, 느릿느릿 엘리베이터 단추를 눌러 60층에서 딱 두 층 아래인 58층의 '스카이 가든 300(Sky Garden 300)' 야외 공중 다이닝 식당가로 천천히 부드럽게 하강을 꾀했습니다.
1. 하늘 정원의 그늘에서 맛보는 파스타 한 접시의 위로
다행스럽게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58층 라운지에 도착하자마자 저희의 살갗을 자극하는 공기의 질량이 60층과는 차원이 다름을 직감했습니다. 60층처럼 거대한 비닐하우스 통유리 온실 같은 숨 막히는 열기 대신, 중앙 홀의 천장이 뻥 뚫린 채 바깥의 쾌적한 찬 고기압과 생생하게 직접 닿아 숨을 쉬고 있는 자연 중정 형태의 이 멋진 반야외 스카이 가든은 그야말로 파라다이스였습니다. 가을을 재촉하는 시원하고 상쾌한 지상 300센티미터 고도의 산들바람이 머리카락을 기분 좋게 찰랑찰랑 간지럽히는, 정말 완벽한 도심 속 오아시스 힐링 장소였습니다. 아버지는 햇빛을 피할 수 있는 널찍한 파라솔 그늘 아래 나무 데크 테이블 명당을 귀신같이 찾아내어 제 휠체어를 아주 자연스럽게 밀어 파킹하셨고, 주머니에서 번역기를 꺼내 들고 능숙하게 주문 카운터로 발걸음을 옮기셨습니다.
이날 저희 가족이 만장일치로 합의한 식사 메뉴는 일본식 회나 돈카츠를 벗어난 부드러운 양식이었습니다. 오후 12시 35분, 아버지는 번호표를 훌훌 들고 오시며 고슬고슬하게 다진 고기 소스가 스파게티 면 위에 듬뿍 얹어진 정통 토마토 베이스의 따뜻한 볼로네제(ボロネーゼ) 파스타 한 그릇을 깔끔하게 1,400엔(약 1만 3천 원가량)에 결제하셨다고 보고하셨습니다. 유리 난간 통창가 쪽에 자리를 굳히고 앉으니, 아까 땀을 흘리며 보았던 오사카 시내 남부 상공의 푸르고 광활한 거대 스카이라인이 테이블 커피잔 바로 옆에 마치 찰랑거리는 병풍처럼 아름답게 매달려 있는 듯했습니다.
12시 41분경, 주방에서 갓 튀어나와 접시 위로 모락모락 김과 향긋한 토마토 페이스트 냄새가 진동하는 먹음직스러운 볼로네제 파스타가 테이블에 세팅되었습니다. 식기들을 쥐고 인증 사진을 찰칵 남긴 저는, 부모님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본격적으로 쇠 포크를 이리저리 부딪치며 파스타 면을 포크에 빙글빙글 힘차게 감아 올렸습니다. 입안 가득 짭조름하게 감도는 다진 고기 토마토의 강렬한 풍미와 달달함, 이마의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전망대의 미풍, 그리고 무거운 짐 덩이를 끌어안으며 사투를 벌였던 고생 끝에 맛본 이 짜릿한 휴식 콤보는 아무리 값비싼 파인 다이닝 미쉐린 레스토랑이라 해도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궁극의 맛이었습니다. 파스타 그릇이 바닥을 보일 무렵, 고단했던 부모님의 지친 얼굴에도 참으로 오랜만에 편안하고 아이 같은 안도의 미소가 화사하게 번져 나갔습니다.
2. 안녕, 덴노지 287미터 공중 정원! 다시 지상의 미로 탈출전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58층 하늘 아래에서의 멋진 볼로네제 식사를 여유롭게 음미한 후, 이제는 이 비현실적인 고도에서의 낭만을 냉정하게 뒤로하고 남은 귀국 배편 비행기를 잡기 위해 서둘러 차가운 아스팔트 지상으로 내려가야만 했습니다. 오후 1시 5분, 식곤증이 살짝 몰려오는 저희 식구와 밥상만 한 무거운 대형 캐리어들은 덜컹거리며 다시 휠체어와 한 몸이 된 채 좁석 좁석 엘리베이터에 쑤셔 넣듯 몸을 싣고 한 층 위인 59층의 장난감 굿즈 매장 구역으로 이동했습니다. 거기서 복잡한 우회로를 거쳐, 지상으로 내리꽂듯 연결되는 하행선 전용 메인 초고속 익스프레스 엘리베이터를 간신히 찾아 갈아탈 수 있었습니다.
기압차로 윙윙거리는 고막을 침을 삼키며 달랜 지 수십 초 만에, 마침내 시곗바늘이 정확히 1시 10분을 가리키는 무렵, 저희 특공대는 아침 나절 짐 라커 실패의 아픔을 맛보았던 16층 대나무 로비 매표소에 아주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니, 불과 한 시간 반 전쯤 처음 이 16층 로비에 발을 디뎠을 때만 해도 "혹시 이 16층이 엄청나게 천장이 높아서 여기서 경치를 감상하는 꼭대기가 아닌가?"라며 착각할 정도로 감탄과 호들갑을 떨었더랬죠. 그러나 무려 지상 287미터 높이의 60층 꼭대기 천상계 전망대의 살인적인 햇빛과 광활함을 온몸으로 직접 부딪히고 경험한 뒤 지금 다시 내려와 바라보는 16층의 오사카 시내 풍경은, 왠지 모르게 동네 뒷산 언덕배기에서 내려다보는 듯 아담하고 시시하며 싱겁게 짝이 없게 느껴졌습니다. 불과 1시간 반 만에 저희 가족의 눈높이와 뷰에 대한 역치가 어이없을 정도로 건방지게 최고조로 상승해 버린 것이 참 인간답고 우스웠습니다.
3. 하루카 특급 기차표를 구하기 위한 현금 수색대와 이코카(ICOCA) 충전 환장 대잔치
16층 하루카스 타워의 메인 매표소를 완전히 빠져나온 저희 가족은, 휠체어를 앞세워 다시 덴노지역의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서늘한 지하철역 지하 연결 통로로 돌진 진입했습니다. 잔뜩 부푼 배와 달리 짐 캐리어를 다시 양손에 움켜쥔 부모님의 이마엔 또다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마지막 오사카 오후 미션은 바로, 덴노지역에서부터 무거운 환승 과정 하나도 없이 공항 터미널 발권 카운터 앞까지 저희를 초스피드로 가장 신속하고 편안하게 단숨에 이동시켜 줄 직통 공항 특급 고속 열차, 이른바 'JR 하루카(はるか)'를 제시간에 안전하게 잡아타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루카를 타기 위해선 제 손바닥 위에 놓인 아주 크나큰 예산 설계의 구멍을 급히 해결해야만 했습니다. 오후 1시 28분, 제가 엑셀표를 두드리며 세웠던 치밀한 가스버젯 예산안에 따르면 이 고급 돌고래 같은 하루카 열차의 탑승 요금은 꽤나 자비가 없이 단가가 비싸서, 현재 저희 세 식구 주머니에 달랑달랑 남아있는 일본 교통카드(이코카)의 얄팍한 잔액만으로는 개찰구를 당당하게 통과하기에 턱없이 아슬아슬하게 몇 백 엔이 모자란 깡통 상황인 걸 알아챘습니다. 저희는 서둘러 구글맵을 뒤져 덴노지역 안쪽 어두운 구석진 복도 구석에 처박혀 위치한 세븐 일레븐 은행(세븐 뱅크 ATM) 기기로 허겁지겁 찾아가, 남은 환전 수수료와 살인적인 환율 우대를 머릿속으로 미친 듯이 감안하여 아주 깔끔하고 반듯하게 떨어지는 3,000엔 지폐를 현금으로 빳빳하게 인출했습니다. 제 계획은 이 갓 뽑아낸 3,000엔 지폐를 가지고 세 명의 이코카 카드 3장에 각각 1,000엔짜리 딱 맞춰 나란히 충전해 넣으면 1원짜리 잔돈 동전조차 남기지 않고 아주 소름 돋게 정확하게 세 식구의 특급 귀국 기차 티켓 예산이 제로베이스로 맞아떨어지는 완벽 마법의 피날레이자 계산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처절한 함정과 난관은 늘 그렇듯 제가 통제할 수 없는 아주 엉뚱한 인프라 시설의 사각지대에서 불쑥 튀어나왔습니다. 인출한 1,000엔짜리 지폐 3장을 양손에 쥐고 그 넓디넓은 덴노지역 전체 이쪽 끝부터 저쪽 끝 매표소까지 세 번이나 빙글빙글 미로를 헤매고 눈을 씻고 찾아봐도, 바깥 구역에는 이코카 카드 실물을 올려놓고 현금 지폐를 투입할 수 있는 그 흔하디흔한 '일반 카드 지폐 투입용 충전 정산 기계'가 절대 저희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수동 휠체어를 당기며 역내 복잡하고 거친 인파의 바다를 수십 번 헤집다 지쳐버린 부모님의 호흡 소리가 제 등 뒤에서 점점 가쁘게 헐떡이는 것이 적나라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대로 정산기만 허탕 치며 계속 찾아 헤매다가는, 제가 예매하려고 점찍어둔 오후 공항행 하루카 열차를 놓치게 되고, 결국 도미노처럼 귀국 비행기 수속마저 지연될 수 있는 초위급 상황이 턱밑까지 차올랐습니다.
4. "차지?" 쿨한 일본 여직원님의 키오스크 쾌속 3장 동시 충전 매직
결국 짐을 끌고 헤매다 지칠 대로 지쳐 멘탈 한계치 상황에 다다른 저는, 이 놈의 정산기 찾는 일을 당장 포기하고 무작정 부모님께 휠체어를 저쪽 유리로 막힌 JR 기차표 발권 카운터 창구 근처로 밀어 달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리고 때마침 잰걸음으로 바쁘게 걸어 지나가던 제복 입은 철도 여직원(안내 담당자) 역무원 한 분의 소매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그를 다급히 불러 세웠습니다. 파파고 앱을 켜서 문장을 타이핑하고 자시고 할 시간조차 없었기에, 저는 허공에 이코카 카드 3장과 빳빳한 1,000엔짜리 지폐 3장을 이리저리 흔들어대며 가장 서투르고 절박한 생존형 바디랭귀지를 마구잡이로 비빔밥처럼 섞어 외쳐댔습니다.
"아노... 스미마셍! 익스큐스미!! 아... 차지(Charge)... 충전(Charging)... 덴샤 기차표 오카네 플리즈!!!"
제 절박한 '차지'라는 외침을 들은 쿨한 여직원분은 동공이 흔들리는 제 얼굴과 손에 들린 카드 뭉치를 번갈아 슥 보시더니, 아주 시크하고 찰진 발음으로 딱 한 단어를 되물으셨습니다.
"차아지?(충전?)"
제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여직원분은 말없이 아주 시원시원한 손짓으로 "나를 따라오라(팔로 미)"는 수신호를 보내시더니 성큼성큼 앞장서서 걸어가기 시작하셨습니다. 저희 가족은 마치 구세주를 만난 모세의 기적처럼 그 여직원분의 든든한 뒷모습만 졸졸 쫓아 캐리어를 끌고 이동했습니다.
그녀가 속전속결로 저희를 이끌고 당도한 곳은 창구 쪽에 자리 잡고 있던 자동 매표소 기계 앞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일본 지하철역에서는 이렇게 자동 매표소에 직원이 근무하는 경우 직접 도움을 요청하여 충전할 수도 있는 편리한 시스템이었습니다. 여직원분은 능숙하고 거침없는 솜씨로 휠체어에 앉은 제 손에서 카드 3장과 지폐 3장을 휙 건네받으시더니, 정말이지 경이로운 마술쇼(Magic Show)를 눈앞에서 펼쳐 보이셨습니다. 한국에서 기계를 만질 때면 지폐 투입구에 구겨진 돈을 한 장씩 정성스럽게 펴서 넣느라 세월아 네월아 시간을 낭비했던 저의 상식을 산산조각 내버린 것입니다. 이 멋진 여직원님은 기계 화면을 타닥타닥 몇 번 터치하더니, 제가 드린 1,000엔짜리 지폐 무려 3장을 세지 않고 그 두꺼운 뭉치째로 한 방에 쿨하게 쑥!! 밀어 넣고 한 번의 흡수만으로 기계가 스르륵 결제(충전)를 인식하게 만드는, 그야말로 진기명기 쾌속 충전 스킬을 시전하셨습니다! 저희 부모님과 저는 그 놀라운 '한 무더기 지폐 투입 충전 속도'에 눈이 튀어나올 듯 휘둥그레졌고,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단 30초 만에 3명의 이코카 카드에 1,000엔을 각각 아주 깔끔하고 야무지게 장전시켜 다시 제 품에 꼭 쥐여주고는 가볍게 눈인사를 건네고 유유히 쿨하게 사라지는 여직원의 그 멋진 뒷모습을 보며, 저희 가족 모두는 진심을 다해 고개를 숙이며 "아리가토 고자이마스!!! 땡큐 쏘 머치!"를 거의 울부짖듯 랩으로 쏟아냈습니다.
아... 생각해 보면 참 오싹하면서도 속 시원했던 에피소드입니다. 낯선 일본의 복잡한 지하철역 한복판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언어 장벽과 정산기 실종의 멘붕 위기 속. 그 순간 딱 맞춰 어김없이 등 뒤에서 나타나 지팡이처럼 막힌 혈을 무사히 뻥 뚫어 주시고 저희 휠체어 가족에게 진심 어린 쾌속 해결사가 되어 주셨던 이름 모를 쿨한 덴노지역 여직원님의 화려한 키오스크 3장 동시 충전 스킬! 그 짜릿한 충전의 손맛(?)은 귀국 후에도 오랫동안 마음 깊은 곳에서 아주 통쾌하고 유쾌한 한 편의 일본 코미디 영화 명장면으로 저희 가족을 깔깔대게 만들 것 같습니다. 자, 만사형통 카드 안에 공항행 기차표 총알 결제 대금도 두둑하게 100% 장전 완충했으니, 이제 진짜로 오사카 여정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할 핑크빛 '하루카' 기차를 타러 위풍당당하게 출격할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