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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여행 3일 차 (2): 뜻밖의 짐가방 수련회와 아베노 하루카스 300

by 쑈휴 2026. 3. 6.

오사카에서의 눈부신 마지막 3일 차 아침, 든든한 조식 식사와 기분 좋은 호텔 체크아웃을 모두 마치고 저희 가족은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첫 번째 여정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오전 11시 09분경, 지하철로 내려가기 전 쾌적하고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무엇보다 문지방 턱이 전혀 없어 정말 편리했던 난바 워크(Namba Walk) 지하상가에 위치한 장애인용 화장실에서 여유롭게 마지막 볼일을 마친 저는, 이제 아쉬움 하나 없이 가벼운 마음과 위장(?)을 장착하고 난바역 지하 메인 홀 통로로 부드럽게 휠체어 바퀴를 굴려 들어갔습니다.

이날 저희가 계획한 오사카 시내의 귀국 전 마지막 관광 핵심 목표는 바로 오사카 시내 남부 아베노 구에 우뚝 솟은 메머드급 랜드마크인 '아베노 하루카스 300(Abeno Harukas 300)' 전망대에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매일 밤 침대에 누워 입술과 AI의 힘만으로 설계했던 저의 구글맵 동선 지침은, 휠체어와 커다란 특대형 캐리어를 동시에 이끌고 이동해야 하는 특수한 저희 상황엔 그야말로 생명줄과도 같았습니다. 난바역에서 빨간색 미도스지선을 타고 덴노지(天王寺)역까지 향하는 저희 여정은, 다행히도 각 역마다 신형 엘리베이터 등 지상에서부터 승강장 끄트머리까지 섬세하게 구비된 일본 특유의 무결점 휠체어 배리어프리 승강기 시스템의 완벽한 어시스트를 받아, 그 어떤 복잡한 환승의 수고나 스트레스 없이 매우 평탄하고 매끄럽게 물 흐르듯 진행되었습니다.

1. 덴노지역 코인라커 진입 참사, 무거운 고행의 시작

오전 11시 15분, 목적지인 덴노지역 열차에서 기분 좋게 하차하여 승강장을 신속히 빠져나온 저희 가족이 가장 먼저 매의 눈으로 수색을 개시한 곳은 다름 아닌 일본 지하철역의 상징, 유로 짐 보관소인 '코인라커(Coin Locker)' 구역이었습니다. 어제 하루 종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치밀하게 짜놓았던 제 기동 기획 플랜에 따르면, 저희는 체크아웃 후 난바에 위치한 베이스캠프 호텔 프런트에 짐을 맡기지 않기로 결정했었습니다. 만약 난바 호텔에 짐을 두었다면 나중에 돌아가는 비행기 특급 열차를 타기 위해 하루카스를 구경한 후 또다시 휠체어를 끌고 난바역으로 되돌아가 짐을 픽업하고 공항행 열차를 위해 우왕좌왕해야 하는, 시간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엄청난 낭비가 예상되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희의 승부수는 짐을 모두 들고 전망대와 공항 직행 열차가 함께 있는 이곳 덴노지역까지 단번에 침투한 뒤, 역내의 거대한 대형 코인라커 빈자리를 찾아 캐리어를 안전하게 욱여넣고 빈 몸으로 가뿐하게 하루카스 타워 꼭대기에 오르는 완벽한 작전이었습니다. 부모님과 저는 부푼 가슴을 안고 "드디어 짐 없는 가벼운 해방감을 맛보고 편하게 사진을 찍자!"라며 역 구석구석을 살펴 가장 커 보이는 대형 빈 라커 앞까지 휠체어와 짐을 당당하게 밀어붙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도무지 예상치 못한 뼈아프고 처절한 변수 차질이 박살난 유리창처럼 터지고 말았습니다! 저희가 한국에서 물건을 가득 채워 온 짐 캐리어가 저희 생각보다 위아래가 너무 길고 육중한 규격이었던 탓에, 그 덴노지역의 가장 큰 코인라커 입구 사이즈보다 세로 길이가 한 뼘이나 훌쩍 커버린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지퍼를 찌그러뜨리고, 부모님 두 분이 달라붙어 무릎으로 누르고 비틀며 수십 번을 억지로 밀어 넣어 보려 발악했지만, 라커의 철제문은 절대 냉정하게 닫히지 않았습니다. 당황스러움과 허탈함 속에 결국 라커 틈새를 바라만 보다가, 1만 원 내외의 요금으로 두 손의 완벽한 자유를 사겠다던 이 달콤했던 코인라커 보관 빅 픽처는 허무하게 물거품처럼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플랜 B 따위는 없었기에, 이제 남은 방법은 오직 정면 돌파뿐이었습니다. 연세가 있으신 부모님은 제 수동 휠체어 손잡이와 함께, 수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육중하고 덜그럭거리는 대형 캐리어 1개를 양손으로 질질 끌며 그 복잡한 하루카스 백화점 인파의 바다를 뚫고 전망대 꼭대기 층까지 흡사 극기 훈련 짐 가방 행군을 억지로 이어가야만 하는 웃지 못할 가혹한 처지에 놓이고 말았습니다. 피할 수 없는 현실에 실소와 한숨을 섞어 내쉬며 11시 35분, 부모님은 그 거친 짐의 경호를 묵묵히 받으며 꾸역꾸역 앞을 개척하여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아베노 하루카스 메인 건물의 엘리베이터를 간신히 잡아타고 매표소가 위치한 16층 로비까지 힘겹게 이동했습니다.

2. 16층에서 속출한 착각, 300미터가 아니었단 말이야?

빌딩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느껴지는 미래지향적이고 차가운 금속성 디자인과 고층 빌딩 특유의 서늘함을 채 제대로 만끽하기도 전, 엘리베이터가 16층에 땡 하고 멈춰 섰습니다. 문이 열리자마자 저희 눈앞에 펼쳐진 것은 한쪽 전면이 탁 트인 초대형 통유리창 너머로 빽빽하게 깔린 도심 건축물의 시원스러운 전경이었습니다. 난생처음 이렇게 높은 건물에서 일본의 도시 뷰를 통으로 목격한 저는 입을 떡 벌리며, 순간적으로 이 압도적인 경치에 살짝 현혹되어 바보 같은 속내를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저는 속으로 "아하! 이 하루카스 빌딩 건물이 이름상 16층까지만 있어서 굉장히 층고가 높게 특수 설계된 거구나! 그래서 16층이 무려 300m라는 뜻이구나. 그래, 여기서 창밖 경치 사진이나 적당히 찍으며 구경하다가 다시 짐을 끌고 아래층 식당가로 내려가면 동선이 딱 맞겠네!"라고 저 혼자만의 기적의 공간 계산법으로 어리석은 착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슬렁어슬렁 캐리어를 끌고 유리창 쪽이 아닌 넓은 안쪽 홀로 시선을 돌린 순간, 저는 이곳 16층 로비가 진정한 천상계 관문인 '60층 메인 전망대'로 올라가기 위해 거쳐 가야만 하는 한낱 중간 베이스캠프이자 매표소 티켓 카운터 정거장에 불과하다는 뼈아픈 진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진정한 300미터의 위용을 마주하기 위해서는 지갑을 열어야 했습니다. 오전 11시 42분, 저희는 이 무지막지한 캐리어 짐 덩이를 꼭 쥐고 흔들리는 동공으로 매표원에게 다가가, 인당 성인 2,000엔씩 3명 분이라는, 타워 전망대치고는 결코 저렴하지 않은 총 6,000엔(한화 약 5만 5천 원 상당)이라는 꽤 비싼 입장료를 군말 없이 서슴없이 트래블카드로 결제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안내원의 인도에 따라 캐리어 굴러가는 소리를 내며 11시 45분경, 어둑하고 신비로운 조명으로 치장된 60층행 익스프레스 초고속 엘리베이터 전용 대기 줄에 줄지어 합류했습니다.

마침내 11시 48분, 묵직한 진동과 함께 도착한 전용 엘리베이터의 육중한 문이 열렸고, 저희 짐꾼 특공대가 전원 몸을 실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굉음을 내며 상승을 시작하자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초고속 상승 기압 때문에 단 몇 초 만에 고막이 찢어질 듯 귀를 심하게 먹먹하게 만들었습니다. 침을 연신 꼴깍꼴깍 삼키며 고도 상승을 몸으로 버텨내길 수십 초, 11시 52분에 마침내 스르륵 문이 열렸습니다. 눈앞의 수평선이 저 아래 아득한 바닥 밑으로 끝없이 평평해지며 세상의 모든 것이 지우개 가루처럼 작아져 보이는 마의 도달 구간, 세상과 하늘의 경계선이라 불리는 바로 지상 287m 절대 높이의 60층 '하루카스 천상계' 메인 전망대에 완벽하게 안착했습니다.

3. 폭우 예보를 비웃듯 터져버린 기적의 킹스 블루 하늘과 온실 전망대 사우나

정말 믿을 수 없는 날이었습니다. 오늘 아침 일기예보와 저희가 호텔에서 눈을 떴을 무렵 내다본 하늘 풍경은 온통 회색빛으로 잔뜩 찌푸린 채 당장이라도 무거운 빗방울이 가득 쏟아질 것만 같았던 우중충한 아베노의 날씨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저희 휠체어가 60층 전망대 바닥에 첫 발을 디딘 11시 53분을 정확한 기점으로 마술 쇼의 장막을 걷어 올리듯 온 하늘이 환골탈태 기적처럼 밝아지고 환하게 맑게 개기 시작했습니다. 시야를 답답하게 가로막고 진을 치고 섰던 짙고 어두운 구름들이 하늘 가장자리 사방으로 눈 녹듯 빠르게 걷히며, 물감을 짜놓은 듯 눈이 시리도록 끝없이 파랗고 눈부신 오사카의 '가을 청명(淸明) 하늘'이 완전하게 그 속살을 자태를 드러냈습니다.

360도 전면이 뻥 뚫린 거대한 통유리 너머로 빽빽하게 이어져 숨 막히는 오사카 초밀도 도심의 미니어처 건물 숲과, 저 멀리 금빛으로 굽이치며 반짝이는 드넓은 오사카항 바다의 해수면, 심지어 어제 저희가 땀 흘리며 다녀왔던 저 멀리 아득하고 파릇파릇한 교토 아라시야마의 희미한 산등성이까지 마치 렌즈의 초점을 맞춘 듯 손에 한 움큼 잡힐 것처럼 너무나도 쾌청하고 선명하게 윤곽을 보였습니다. 부모님과 저는 이 압도적인 장관에 넋을 잃고 탄성을 연발하며, 동서남북 사방팔방으로 전망대 복도를 이리저리 분주하게 돌며 이 비현실적인 진풍경을 스마트폰 렌즈에 한 장이라도 더 꽉꽉 눌러 담기 위해 쉴 새 없이 카메라 셔터 버튼을 마구 눌러댔습니다.

그러나 멋진 장미에는 언제나 따끔한 가시가 숨어있는 법이지요. 이 숨 막히도록 환상적인 시야의 풍경에는 뼈아프고 고통스러운 물리적 부작용이 딱 하나 숨겨져 있었습니다. 고도 287m 건물의 60층 외벽면 전체가 철골 뼈대 외에는 100% 빈틈없는 거대한 온실 투명 통유리로 둘러싸여 있다 보니, 지붕 위 구름을 전부 걷어낸 강렬한 가을 낮의 태양 직사광선이 자외선 차단막 따위는 박살 내버리고 유리벽을 그대로 뚫고 쏟아져 들어온 것입니다. 거대한 투명 비닐하우스 온실효과처럼 복사열이 안에서 갇혀 핑핑 맴돌았고, 밀폐된 내부 공기가 순식간에 데워지며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미칠 듯이 덥고 후끈하게 달아오른 최악의 찜통 사우나로 돌변해 버린 것입니다.

캐리어를 끌고 다니느라 가뜩이나 지쳐버린 부모님과 저의 옷깃 뒷덜미는 이미 불가마 사우나에 들어온 것처럼 한 바가지의 땀이 뻘뻘 송골송골 맺히며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부채질을 연신 해대면서도 우리는 "경치가 다 했다, 그래도 비 오는 것보단 덥고 맑은 게 백배 낫지 않겠냐!"라며 껄껄 위안을 삼았습니다. 더위를 도무지 식히지 못하던 12시 14분경, 땀에 번들거리는 얼굴에 억지 미소를 장착하고 저희 식구는 전망대 메인 포인트 중앙에 자리 잡은 공식 기념 촬영 부스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희 스마트폰은 거들 뿐, 이곳 전담 전문 촬영 기사님이 제 트래블카드로 3,500엔을 아주 시원하게 카드 결제로 긁어간 뒤 최고급 해상도로 아주 기가 막히고 입체적인 뷰의 가족사진 합성 앨범을 눈 깜짝할 새 인화하여 뽑아주셨습니다. 땀냄새 폴폴 나는 순간이 완벽하게 박제되었지만, 이 환상적인 열탕 더위와 킹스 블루 하늘의 추억을 우리 가족 품에 영원히 소장하기엔 결코 단돈 1원조차 아깝지 않은 너무나 근사하고 값진 트로피였습니다.

4. 일본 전국 3대 전망대의 묵직한 위엄, 그리고 다음 생존 코스로

더위와의 사투 속에서 전망대 코너를 돌아 엘리베이터로 가는 길목 복도 외벽을 우연히 지나치던 12시 25분경이었습니다. 빛나는 조명 아래 아주 디테일하게 그러져 있는 길다란 안내판 하나가 저의 호기심 섞인 시선을 강하게 사로잡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명품 건축물의 반열을 세우는 '일본 전국 당대 최고 높이 역대 전망대 비교 분석 메인 모형도 그림'이었습니다. 무심코 도표 꼭대기부터 순위를 짚어 내려가 보니 놀란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놀랍게도 저희 휠체어 바퀴가 지금 굴러가며 저희 코로 가쁘게 숨을 쉬고 있는 이 아베노 '하루카스 300' 마천루 건물은, 저기 멀리 간토 도쿄 땅에 하늘 뚫고 치솟아 있는 압도적 1, 2위인 도쿄 스카이트리(무려 634m)와 빨간색 도쿄 타워(333m) 단 두 개의 랜드마크 탑들에 이어 명실상부한 일본 전국 랭킹 통산 3번째 높이를 자랑하는 위대한 빌딩이었습니다. 게다가 수도권 밖에서는 감히 범접할 자 없는 서일본 간사이 전 지역을 통틀어 타의 추종을 절대 불허하는 압도적 두께와 높이의 독보적인 1위 절대 군주 랜드마크 건물이 맞았던 것입니다. "와, 우리가 일본에서 3등으로 높은 곳에 두 발과 네 바퀴로 서 있는 거였구나!"라는 감격이 밀려오며, 이번 저희 오사카 자유 휠체어 여행의 거대한 화룡점정 마침표 도장으로 찍기에는 절대 한 치의 모자람이나 손색이 없는, 정말로 탁월하고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야심 찬 동선 선택이 아닐 수 없다고 코끝을 찡긋하며 자평했습니다.

장장 한 시간에 걸쳐 60층 고공에서 뿜어내는 오사카 최고의 전경을 아주 원도 한도 없이 두 눈의 망막에 깊숙하게 아로새기고 나니, 온실 땀 배출 구경으로 인해 어느새 위장 깊은 곳에서부터 아주 맹렬하고 발칙한 짐승의 꼬르륵 허기가 거세게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시곗바늘이 정확히 12시 26분을 가리키는 시각, 우리는 이 사우나를 탈출해 본격적인 오사카 상공 최후의 점심 식사 사냥을 벌이기 위한 다음 목적지, 바로 바람이 시원하게 통하는 58층의 매력적인 '공중 스카이 정원 야외 다이닝 식당가' 쪽을 향해 침을 슬쩍 닦으며 발걸음을 무겁지만 경쾌하게 천천히 돌렸습니다. 과연 58층 하늘 아래 저 정원 만찬 테이블에서는 또 어떤 기막힌 맛과 해방감 섞인 에피소드가 저희 허기진 가솔들을 입 벌리고 기다리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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