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시야마 치쿠린 산책과 뜻밖의 모기 습격을 뒤로 하고, 이제 다시 오사카 시내의 호텔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반나절 만에 교토의 맑은 공기와 고즈넉한 대나무 숲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과감한 결단력과 일본의 훌륭한 대중교통 배리어프리 인프라 덕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저희는 늘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좌충우돌 에피소드의 연속에 있었습니다.
1. 사가아라시야마역에서 복귀: 역무원의 슬로프 서비스와 복잡한 노선도
16시 39분, 무사히 모기약을 바르고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사가아라시야마역 앞으로 돌아왔습니다. 하늘은 여전히 파랗고 맑았으며, 오후의 부드러운 햇살이 역 앞 광장에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교토를 떠나기 전 아쉬움을 달래며 16시 40분경 세 식구가 함께 역 앞에서 마지막 기념 사진을 연달아 촬영했습니다.
16시 54분경, 돌아가는 JR 기차 플랫폼에 올라 열차 내부에 무사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오사카에서 올 때와 마찬가지로 휠체어 전용 프리 스페이스를 이용해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기차 안에서 창밖 풍경을 보며 잠시 한숨을 돌리려는데, 문득 일본의 복잡한 철도 노선도와 환승 시스템이 저희를 다시금 압도해 왔습니다. 한국의 직관적이고 통일된 환승 시스템에 익숙했던 터라, 민영 철도와 국철(JR), 지하철 등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고 각기 다른 승강장과 개찰구를 사용하는 일본의 환승 구조는 여전히 적응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어머니는 긴장감보다는 여행의 피로와 즐거움이 더 크셨는지, 기차 안에서 귀여운 단독 셀카를 남기며 여유를 즐기셨습니다.
환승을 거쳐 오사카 시내의 목적지 역에 도착한 시각은 18시 03분이었습니다. 기차에서 내리려는데, 문득 플랫폼 반대편에서 역무원 한 분이 커다란 이동식 경사판(슬로프)을 들고 다른 휠체어 이용객의 탑승을 돕고 있는 모습(18시 03분 사진)이 눈에 띄었습니다. 저희는 단차가 낮아 슬로프 없이도 무난하게 내렸지만, 역무원이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능숙하고 친절하게 경사판을 깔아주는 모습을 직접 보니 일본 철도의 무결점 배리어프리 시스템이 새삼 부럽고 든든하게 느껴졌습니다.
2. 호텔 지하 마트의 저녁 장보기와 엉뚱한 전자레인지 소통
19시 47분, 기차와 지하철을 번갈아 타며 드디어 베이스캠프인 호텔 몬토레 그라스미아 오사카 건물이 있는 난바역 지하 통로로 돌아왔습니다. 저녁 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갈까 하다가, 어제 발견했던 호텔 건물 지하 마트(라이프 슈퍼마켓)를 제대로 털어보기로 했습니다. 마트 안에는 신선한 초밥, 돈카츠, 그리고 전자레인지 구역(도시락 코너)에는 침샘을 자극하는 다양한 조리 식품들이 가득했습니다. 장바구니에 이것저것 담아 총 3,685엔어치를 결제했습니다. 식당에 가는 것보다 훨씬 푸짐하고 가성비 넘치는 한 끼였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소통 실수도 있었습니다. 제가 고른 간편식 중에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어야 하는 음식이 있었는데, 마트 어디서 데울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결제하기 전, 지나가는 직원에게 제가 먼저 "温かい?(아타카이?, 따뜻합니까?)"라고 물었지만, 동문서답에 가까운 억양 때문인지 직원은 눈만 동그랗게 뜨고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답답해진 저는 비장의 무기인 파파고 앱을 열어 한국어로 "여기서 데워주나요?"라고 입력해 번역된 화면을 직원에게 들이밀었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여기 전자레인지가 어디 있나요?'라는 의도였습니다.) 화면의 글씨를 본 직원은 정중하고 단호한 표정으로 손을 저으며 대답했습니다. "ここでは食べれません (코코데와 타베레마센, 여기서는 먹을 수 없습니다)."
아마 파파고가 번역기 특유의 딱딱한 매뉴얼 언어인 "ここで対応してくれますか (코코데 타이오-시테 쿠레마스카, 여기서 대응해 주시겠습니까?)"로 번역해버렸고, 이를 직원이 '식사 취식 가능 여부'나 '점원이 직접 데워주는 서비스 여부'로 오해하신 모양이었습니다. 서로가 소통의 미로에 빠졌음을 직감한 저는, 전자레인지 사용이 안 되는 줄 알고 그 데워 먹어야 하는 음식을 조용히 매대에 다시 내려놓았습니다. 장바구니에 담긴 나머지 음식들만 총 3,685엔어치 결제하고 씁쓸하게 발길을 돌려 계산대를 빠져나왔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코너를 돌자마자, 고객들이 셀프로 사용하는 전자레인지 두 대가 떡하니 저희를 비웃듯 놓여 있었습니다. 세상에, 전자레인지를 파파고로 한 번만 제대로 검색했더라면 아까 그 간편식도 살 수 있었을 텐데! 저희 식구는 그 어이없는 상황에 한참을 허탈하게 웃어야만 했습니다.
3. 휠체어 여행의 실전: 뼈아픈 골반 통증과 배리어프리룸 리뷰
전자레인지 해프닝을 뒤로 하고 드디어 20시 09분, 익숙하고 포근한 우리 호텔 객실로 복귀했습니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참았던 피로가 쓰나미처럼 몰려왔습니다. 특히 아침부터 저녁까지 기차와 지하철, 덜컹거리는 치쿠린 산책로까지 10시간 이상을 좁은 수동 휠체어에 묶여 있다 보니, 골반이 찢어질 것처럼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당장이라도 침대에 뛰어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피로 속에서도 기획자의 본분을 잊을 수는 없었습니다. 어제인 여행 1일 차에 너무 피곤해서 미처 남기지 못했던 호텔 배리어프리룸 공간 리뷰 영상을 남겨야 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침대에 눕는 것을 미룬 채, 아버지에게 휠체어를 밀게 하고 어머니를 리드하며 직접 휠체어를 타고 방의 구조를 소개하는 영상을 찍었습니다. 일반 룸과 비교해 확실히 넓은 현관 미닫이문, 넓은 통로, 특수 휠체어가 한 바퀴를 자유롭게 회전(1턴)할 수 있는 넓은 공간, 턱이 없는 욕실과 손잡이까지. "아들이 거금을 투자해서 하루 50만 원짜리 방으로 예약했습니다"라며 생생하고 현실적인 리뷰를 남기면서, '숙소에 돈을 더 투자해 이곳을 예약한 것은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되뇌었습니다.
이 리뷰 영상을 무사히 찍고 난 후, 21시경 방 안 스툴과 테이블에 올려놓은 늦은 저녁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마트에서 사 온 바삭한 돈카츠와 초밥은 기대 이상의 퀄리티를 자랑했습니다. 저녁을 다 먹고 나서야 비로소 기다리고 기다리던 침대에 누울 수 있었고, 눕는 순간 살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고된 휠체어 여정의 긴장이 사르르 풀려 내렸습니다.
4. 2일 차 마무리: 엄마 몰래 다녀온 심야 편의점 일탈
특히 오늘은 저의 골반 통증 못지않게 부모님의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밥을 입에 넣으니 그제야 오늘 우리가 얼마나 치열하게 움직였는지 온몸으로 느껴졌습니다. 평소와 달리 하루 종일 수만 보 이상의 걸음을 걸으며 제 휠체어까지 밀어야 했던 어머니는 저녁을 채 다 드시지도 못하고 심한 허리 통증을 호소하셨습니다. 결국 어머니는 식사를 마치자마자 비상약으로 챙겨온 타이레놀 1알을 드시고는 일찌감치 깊은 잠에 빠져드셨습니다.
어머니가 곤히 잠드신 후인 밤 10시 30분경. 낯선 환경에서의 긴장감과 육체적 피로로 눈이 감기려던 아버지를 부추겨, 저희 두 부자는 '엄마 몰래 야간 편의점 털기'라는 비밀 작전을 개시했습니다. 저희는 소리 없이 방문을 나서 휠체어를 끌고 먼저 호텔 지하에 있는 패밀리 마트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제가 마실 시원하고 달달한 카페라테 1개(195엔)를 샀습니다. 그다음엔 여세를 몰아 호텔 옆 건물 1층에 있는 로손 편의점까지 진출했습니다. 로손에서는 내일 아침 고생하신 어머니께 서프라이즈로 드릴 숙취 및 피로회복제인 '우콘노 치카라(ウコンの力, 486엔)'를 집어 들었습니다. 결제는 제가 챙겨간 트래블 카드를 아버지가 대신 건네받아 카드 단말기에 가볍게 '터치'하는 것만으로 아주 간편하게 완료되었습니다.
전리품을 들고 모두가 잠든 방으로 슬그머니 돌아와, 밤 23시 31분경 아버지가 에어컨의 온도를 너무 춥지도, 너무 덥지도 않은 25도로 아늑하게 고정하시는 인증 사진을 남기셨습니다. 방 안엔 에어컨의 조용한 바람 소리만 들려오고, 창밖으론 화려하고 빛나는 오사카의 심야 풍경이 반짝였습니다. 하루 종일 낯선 교토를 누비며 일본어 실전 소통에 에너지를 다 쏟은 탓인지, 평소 침대에 누워 자기 전에 매일 꼬박꼬박 챙겨서 하던 일본어 학습 앱 '듀오링고'조차 켤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저는 아쉽게도 듀오링고 출석을 포기한 채 까무룩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즉흥적인 검색만으로 교토까지 완벽하게 정복했던 9월 27일의 드라마틱한 하루가 이렇게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내일은 귀국하기 전 마지막 날, 어떤 일들이 저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