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비행기가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 활주로에 매끄럽게 착륙했습니다. 시곗바늘은 어느덧 15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비행기가 무사히 멈춰 섰다는 안도감도 잠시, 휠체어를 이용하는 저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여행 가이드이자 기획자로서 부모님을 안전하게 인솔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은 휠체어 타기 참 좋은 나라라던데, 과연 입국 안내부터 어떨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비행기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습니다.
1. 항공기 하차: 천천히, 가장 마지막에 내리는 여유
저처럼 휠체어를 이용해 탑승한 승객은 비행기에서 내릴 때 '가장 나중에' 내리게 됩니다. 서둘러 짐을 챙겨 나가는 일반 승객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 현지 지상직 직원이 기내용 좁은 휄체어(통로용 휠체어)를 가지고 제 좌석 앞까지 직접 찾아옵니다.
사실 일반 승객들 사이에서 휠체어를 옮겨 타고 조작하는 것은 동반 가족에게도, 저에게도 진땀 나는 일입니다. 하지만 항공사의 혜택 덕분에 승객들이 모두 내린 조용한 기내에서, 아버지가 32kg인 저를 거뜬히 안아 비행기 문 앞까지 편안하게 이동시켜 주셨습니다. 비행기 밖으로 나서니, 현지 직원이 수하물 칸에서 꺼내온 제 수동 휠체어를 세팅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저를 휠체어에 조심스레 내려앉혀 주셨고, 직원이 "오츠카레사마데시타(수고하셨습니다)"라고 웃으며 인사해 주었을 때 첫 단추를 아주 잘 끼웠다는 생각에 긴장이 한결 풀렸습니다.
2. 윙 셔틀(모노레일) 탑승과 완벽한 배리어프리 화장실
간사이 공항은 게이트에서 입국 심사동(메인 터미널)까지 무인 경전철인 '윙 셔틀'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탑승동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다가갔을 때 놀라운 점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휠체어를 탄 승객이 다가오는 것을 본 직원이 제가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이미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놓은 채로 미소 지으며 대기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15시 50분,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쾌적하게 올라왔습니다. 기내에서 화장실을 이용하기 어려웠던 터라, 윙 셔틀을 타기 전 공항 화장실부터 들렀습니다. 일본의 흔한 다목적 화장실(다레데모 토이레 - 누구라도 화장실)을 처음 마주했는데, 역시 소문대로 완벽했습니다. 넓은 자동문, 부모님이 저를 씻기기 좋은 낮은 위치에 설계된 세면대, 안전하고 튼튼한 손잡이, 그리고 비상 호출벨까지 휠체어 당사자와 보조자의 동선을 한 치의 오차 없이 배려한 구조였습니다. 부모님도 넓은 공간 덕분에 제가 편안하게 케어를 받고 화장실을 무사히 이용하고 나오는 모습을 보시더니 "과연 일본 화장실이 다르긴 다르네"라며 감탄하셨습니다. 이어 윙 셔틀에 탑승할 때도 플랫폼과 열차 사이의 턱이 거의 없어 휠체어 바퀴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미끄러지듯 올라탈 수 있었습니다.
3. 입국 심사대의 복병: 비짓재팬 지문 인식과 장애인 전용 라인
윙 셔틀에서 내려 1층 심사 구역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입국을 위해서는 누구나 무인 기계에 여권을 스캔하고, 양손 검지 지문을 스캔하고, 얼굴 사진을 촬영해야 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미리 저와 부모님의 비짓재팬(Visit Japan Web) 큐알 코드를 다 캡처해 둔 터라 금방 끝날 것이라 자신했습니다.
그런데 복병은 기계의 '높이'였습니다. 비장애인인 어머니는 1분 만에 지문 인식과 사진 촬영을 마치고 가뿐히 통과했습니다. 그런데 휠체어에 앉아있는 제 높이에서는 기계의 지문 스캐너에 양손 검지를 평행하게 올려놓고 힘을 꾹 주는 것이 물리적으로 꽤나 버거웠습니다. 기계는 에러음을 내고, 아버지도 옆에서 도와주시려다 당황하시던 찰나였습니다.
상황을 지켜보던 일본인 심사 도우미 직원이 즉시 제게 다가왔습니다. 직원은 제 휠체어를 보더니 친절한 제스처로 '장애인 전용 유인 심사대' 쪽을 가리키며 저희를 인솔했습니다. 사실 출입국재류관리청 규정에 따르면 휠체어 이용자 등 지문 인식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 직원의 재량으로 별도 라인에서 수동 심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전용 라인은 대기줄이 거의 없었습니다. 심사관 앞에 다가가니, 심사관이 미안할 정도로 친절하게 고개를 숙여 사진 렌즈 각도를 제 휠체어 높이에 맞춰주었습니다. 무리하게 지문을 찍으려 애쓸 필요 없이, 안내에 따라 몇 가지 확인 절차만 거치고 부모님과 함께 너무나 수월하게 입국 심사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일반 창구에서 땀을 뺐다면 아마 아버지를 비롯해 제가 기획한 첫날 일정부터 분위기가 무거워졌을 것입니다.
4. 수하물 수취와 꿀팁 요약
16시 5분, 수하물 찾는 곳 컨베이어 벨트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 출발 시 항공사 직원이 "Priority(우선)" 태그를 함께 달아준 덕분에, 비행기에서 늦게 내린 저희가 도착하자마자 캐리어들이 바로 벨트 위로 쏟아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가볍게 캐리어를 낚아채셨고, 수하물을 찾느라 오랜 시간을 낭비하지 않은 채 기분 좋게 간사이 공항 세관을 통과했습니다.
여행 기획자로서 제가 느낀 간사이 공항 입국 팁을 세 줄로 요약해 드립니다.
- 휠체어 세팅 요청: 현지 도착 후 비행기 문 앞까지 본인의 휠체어를 가져다 달라고 항공사에 한 번 더 명확히 요청하세요. 그래야 이동의 연속성이 깨지지 않습니다.
- 다목적 화장실 100% 활용: 공항 터미널 화장실은 시내 어느 곳보다 크고 쾌적합니다. 짐을 찾고 본격적으로 밖을 나가기 전, 당사자는 물론 노부모님도 모두 공항 다목적 화장실을 이용해 속을 비우는 것이 좋습니다.
- 지문 인식은 억지로 하지 말 것: 무인 기계 앞에서 쩔쩔매지 마세요. 직원을 쳐다보고 가볍게 도움을 요청하면 '장애인 및 교통약자 전용' 유인 라인으로 즉시 안내받아, 동반 가족까지 쾌속으로 심사를 마칠 수 있습니다.
입국장 자동문이 스르륵 열리고 오사카 특유의 미지근하고 습한 공기가 훅 밀려왔을 때, 기획자로서 처음 넘은 큰 관문 하나를 성공적으로 통과했다는 짜릿함이 전신을 감쌌습니다. 이제 가장 중요한 미션, 엔화 인출과 이코카(ICOCA) 카드 구입을 위해 공항 2층으로 향할 차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