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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이 공항에서 이코카(ICOCA) 카드 구입: 휠체어 여행객의 교통카드 완벽 가이드

by 쑈휴 2026. 2. 28.

세븐뱅크 ATM에서 빳빳한 6,000엔을 무사히 인출하고 2층에서 다시 1층으로 내려온 시각은 16시 45분쯤이었습니다. 엔화 현금이라는 첫 번째 무기를 장착한 기획자의 머릿속에는 이미 다음 미션이 깜빡이고 있었습니다. 바로 오사카 여행의 생명줄인 '이코카(ICOCA) 카드' 구입이었습니다. 이코카 없이 오사카 전철과 버스를 타겠다는 것은 지갑에서 동전을 한 움큼씩 꺼내야 하는, 휠체어 여행객에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고행길을 자청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1. 이코카(ICOCA) 카드란?

이코카(ICOCA)는 JR 서일본이 발행하는 충전식 교통 IC 카드입니다. 한국의 티머니(T-money)를 떠올리면 이해가 빠릅니다. 간사이 지역의 JR, 난카이, 한큐, 오사카 메트로 등 거의 모든 전철과 버스에서 이 카드 한 장이면 개찰구에 '삑' 하고 터치만 하면 끝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편의점, 자판기, 코인라커, 심지어 일부 레스토랑에서도 결제가 가능해서 소액 현금 지출을 획기적으로 줄여줍니다.

저처럼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려운 휠체어 이용자에게, 지갑에서 동전을 꺼내 정확한 금액을 세어 넣는 행위는 매번 큰 도전입니다. 아버지가 대신 해주신다 해도 개찰구 앞에서 매번 지갑을 뒤적이는 것은 뒤에 줄 선 사람들의 시선 부담까지 더해집니다. 그래서 교통카드 하나만 가방 주머니에 꽂아두면, 아버지가 휠체어를 밀면서 한 손으로 카드만 '삑' 찍으면 되는 이 시스템이 저희에게는 '이동의 자유' 그 자체였습니다.

2. 미칠 듯한 9월의 더위 속 카드 구입

17시 5분, 간사이 공항 1층의 JR 및 난카이 전철 티켓 창구 구역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공항 건물 밖도 아닌 실내인데 온몸이 끈적끈적해질 만큼 미칠 듯이 더웠습니다. 9월 하순의 오사카는 한국의 한여름 못지않은 습도와 열기를 자랑합니다. 공항 1층은 자동문이 수시로 열리며 바깥의 뜨거운 공기가 밀려들어오는 구조라, 에어컨이 있어도 체감 온도가 꽤 높았습니다. 휠체어에 앉아있으면 지면과 가까운 탓에 복사열을 그대로 받아 더위가 한층 가중됩니다. 아버지 이마에도 굵은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고, 어머니는 부채를 연신 흔들고 계셨습니다.

이코카 카드는 유인 창구에서도 구입할 수 있지만, 저는 키오스크(자동 발매기)를 이용했습니다. 간사이 공항역 개찰구 근처에는 이코카 카드를 발매하는 키오스크가 설치되어 있는데, 화면에 한국어 메뉴가 지원되어 언어 장벽 없이 쉽게 조작할 수 있었습니다. 화면을 보고 제가 지시사항을 알려드리면 아버지가 터치와 결제를 대신 해주시는, ATM 때와 똑같은 호흡이었습니다. 세 장의 카드가 차례차례 기계에서 톡톡 튀어나왔습니다.

💳 이코카 카드 구입 비용 정리

항목 금액
카드 보증금 (1장당) 500엔
충전 금액 (1장당) 2,500엔
1장 합계 3,000엔
3장 합계 (가족 3인) 9,000엔

사실 이 9,000엔의 출처에는 작은 에피소드가 숨어 있습니다. 출발 전 어머니의 지인분이 "일본에서 맛있는 거 사 먹어라"라며 10,000엔짜리 지폐 한 장을 쥐여 주셨는데, 그 돈으로 딱 세 장의 이코카 카드(3,000엔 × 3)를 구입하고 1,000엔이 거슬러 나온 것입니다. 덕분에 ATM에서 뽑은 6,000엔 현금은 한 푼도 건드리지 않은 채, 지인분의 마음이 담긴 10,000엔으로 교통카드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각 카드에 2,500엔씩을 충전했으니, 간사이 공항에서 난바까지의 전철 요금(난카이 970엔)을 내고도 약간의 여유가 남는 금액입니다. ATM 때와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거액을 충전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오사카 시내 어디서든 역 내 정산기나 편의점에서 언제든 추가 충전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무거운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 필요한 만큼만 넣고 떨어지면 그때그때 채우는 것이 가장 스마트한 전략입니다.

3. 교통카드가 휠체어 여행을 바꾸는 순간들

이코카 카드 세 장을 손에 쥔 뒤 아버지 가방 바깥 주머니에 한 장, 어머니 가방에 한 장, 그리고 제 휠체어 팔걸이 옆 작은 수납 주머니에 한 장을 꽂아두었습니다. 이렇게 해두면 개찰구를 지날 때 아버지가 먼저 당신의 카드를 찍고, 뒤이어 제 휠체어 옆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 제 카드까지 '삑삑' 두 번 터치하면 끝입니다. 어머니는 본인의 카드를 직접 찍으시고요.

실제로 2박 3일간의 여행 내내 이 이코카 카드는 상상 이상으로 활약했습니다.

  • 전철 개찰구: 난카이, 오사카 메트로, JR 등 모든 노선에서 환승 시에도 카드 한 번 터치로 끝
  • 편의점 결제: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에서 음료수나 간식을 살 때 현금 꺼낼 필요 없이 카드 터치 한 번
  • 자판기: 오사카 시내 자판기 대부분이 IC 카드 결제를 지원해서, 더운 날 길거리에서 시원한 음료를 뽑아 먹을 때 동전을 넣는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됨

카드가 없었다면 매번 아버지가 지갑에서 동전을 꺼내고, 잔돈을 받고, 다시 넣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을 것입니다. 그 사소해 보이는 1분의 번거로움이 하루에 열 번 이상 쌓이면, 휠체어를 밀어주시는 아버지의 체력과 여행의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4. 이코카 카드, 반납할까 간직할까?

이코카 카드의 500엔 보증금은 여행 마지막 날 간사이 공항으로 돌아와 JR 창구에 반납하면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카드 안에 잔액이 남아있으면 잔액도 함께 환불되고, 수수료 220엔이 차감됩니다.

하지만 저희는 세 장 모두 반납하지 않고 기념품으로 가져왔습니다. 이코카 카드 뒷면에는 귀여운 오리너구리(카모노하시)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데, 2박 3일 동안 오사카 구석구석을 함께 누빈 이 작은 카드가 어느새 여행의 추억 그 자체가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보증금 500엔 × 3장 = 1,500엔은 아깝지만, 지갑 속에 꽂아둘 때마다 오사카의 전철 소리와 역무원의 미소가 떠오르는 세상에서 가장 값진 기념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무리하며

땀이 비 오듯 쏟아지던 17시의 간사이 공항 1층, 이코카 카드 세 장을 손에 넣기까지 걸린 시간은 채 5분이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플라스틱 카드 세 장이 앞으로 2박 3일간 우리 가족의 이동, 결제, 그리고 무엇보다 '번거로움 없는 자유'를 보장해 줄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땀을 닦으며 아버지와 눈이 마주치자, 저는 힘차게 말했습니다.

"자, 이제 진짜 실전입니다. 전철 타러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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